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Story Board/따뜻한 이야기

by hoon 2009. 5. 23. 15:44

본문

오늘은 참으로 슬픈 날입니다....
정의를 위한 의로운 분노를 표현할 줄 아는 분이셨는데...
참되고, 바르게 정치하려는 노력이 누구보다 많던 분이셨는데...
잘못된 걸 잘못됬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적을 만들어 가셨던 바보같은 분....
그 많은 적들에 둘러쌓여 끝내 포기를 하셨어야 했다니...
자신의 깨끗함을 증명하는게 가족과 친구들의 부패를 드러내는 일이었으니 이 또한 기쁨이 아니었을 터.
이웃사랑과 행복을 말하던 모난 돌...노.무.현.
비록 스스로 바위를 내려쳐 터져버린 계란이라 하더라도,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고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런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육백 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고 외치던 그 목소리는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래는 오늘 다시 들어본 노무현의 출마연설등이 들어있는 글입니다...


퇴임하는 노무현대통령님께

당신이 대통령에 출마한다고 선언하던 날입니다.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고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육백 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해본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역사를 만들 수 있다.
시간은 자꾸 가서 이제 날은 저물어 가는데, 아무도 정의를 얘기하지 않아요. 정에 맞던 모난 돌, 바위를 치던 계란의 시대는 누가 기억해주려나, 슬퍼집니다. 나는 가슴이 아픕니다."


2004년 3월 11일, 나를 세 번 전율케 했던 탄핵당하기 전날의 기자회견에서였습니다.

한 번

"이 판에 제 형 노건평 씨까지 끼어들어서 참 미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대우건설 워크아웃 기업인데 대우건설 사장의 유임을 청탁한다는 뜻으로 3천만 원을 받았다, 어떻든 그 일은 성사되지 않았다. 돈은 이미 돌려주었다고 합니다. 아울러서 1억 원을 주는 것을 받지 않고 거절했다는 사실도 있다. 함께 모아서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 어떻든 죄송하다. 지금까지 제 형님 노건평 씨는 저에게 세 번의 청탁을 했다. 결과는 모두 성사되지 않았다. 한 번의 청탁은 제가 관여할 일이 아니어서 외면하고 말았다. 성사, 불성사는 아직도 결론나지 않았지만 저는 일체 아는 척하지 않고 있다. 또 한 번은 청탁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 잘 될 수도 있는 것이 안 됐다. 그냥 안된 것이 아니고 제가 안되게 했다."

두 번

"이 문제에 관해서 우리 참모들은 자꾸 돈 얘기하고 돈을 얼마 얼마 10분의 1 넘었다 안 넘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가서 그런 시비하지 말라고 품위문제라고 그렇게 조언을 하고, 그래서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모두 발언만 하고 질문받지 말고 그냥 끝내자고 그렇게 했다. 이 질문과 답변이 하도 구차할 것 같으니까 그렇게 고심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저는 대통령의 품위도 중요하지만 진실보다 더 큰 품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세 번
"저도 인간적인 수모, 대통령의 품위, 그리고 수사하는 내용과 과정에 불만이 있다. 그러나 불만요소는 작은 문제이다. 큰 것은 우리가 이번 이 일을 겪으면서 뛰어넘자, 뛰어넘자는 것이다. 이것을 거치지 않고 뛰어넘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문민정부도 국민의 정부도 이것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뛰어넘지 못했다. 이번에는 뛰어넘어야 한다. 이것을 거치고도 뛰어넘지 못하면 우리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나. 학벌사회이다. 연고사회이다. 일류학교 나온 사람들 사이에서 잘 짜여진 우리 사회 각계의 판에 제가 돛단배 하나 떠있듯이 떠있지 않나."


이제 곧 대통령에 취임할 사람은 모든 게 의혹투성이임에도 저렇게 당당하게, 곰탕 먹어가면서 자기를 지켜가는데, '진실보다 더한 품위는 없다.'라고 말하던 사람은 실컷 두드려 맞다가 이제 귀양가듯 쫓겨갑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형님이 세 번 청탁했다고 고발하던 당신은 끝나는 날까지 손자 장난감 골프채 들고 잔디밭 걷는 형님 하나를 못 지켜줍디다. 큰 교회만 잘 다녔어도 됐을 것을, 당신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 끝까지 외로운 돛단배로 남아야 했답니까?

2007년 6월 참평포럼과 원광대 강연에서 당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왜 모였습니까?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세상을 사랑합니다.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불의에 대해 분노할 줄 알고, 저항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탐구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도를 찾고 뜻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 행동합니다. 사람을 모으고 설득하고 조직하고 권력과 싸우고 권력을 잡고 그리고 정책을 실행하고 이렇게 정치를 하는 것입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세상을 사랑하지 않고 자기만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하는 방법이 틀렸기 때문에 세상을 사랑하라고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세상을 사랑한다는 것이 쉽지를 않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야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지요. 세상 사랑하는 이치를 읽고 배우고 경험하고 그리고 크게 보고, 또 깊이 생각해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동안의 가치가 무엇인가, 사상이 무엇인가 많은 고심을 하고 있습니다만, 모든 가치와 사상은 한 가지 공통성이 있습니다. 인간의 행복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근원에서는 각기 다르게 얘기하고 있지만 근원이 어디에 있든 바라보고 있는 목표는 인간의 행복입니다.
사람은 빈곤과 침략으로 인한 고통과 불안을 극복하고자 공동체를 만들고 그리고 권력을 부여했습니다. 권력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지배와 억압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제는 빈곤과 무질서 대신에 지배와 억압, 전쟁이라는 새로운 고통과 불안이 불행의 새로운 근원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권력이 생긴 결과입니다.
빈곤과 전쟁, 지배와 억압으로 인한 고통은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사에서 핵심적인 문제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사상을 창안하고 실험을 해 왔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결과 우리가 도달한 결론은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근대 이후의 모든 사상은 결국 민주주의로 귀착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고의 사상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들 당신이 막말한다고 해서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들어보니, 이 정 맞던 모난 돌, 바위 치던 계란, 외로운 돛단배는 사랑을 말하고 행복을 말하더이다.

그런데 뜻밖이었다. 떳떳이 살아 걸어나갈 준비의 핵심이 공부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권력론, 민주주의론, 지도자론, 시민사회론에 대한 것이었다. 그 공부를 바탕으로, 자신의 체험과 연결해 "정치학 교과서를 쓰고 싶다."라고 했다. 실제로 퇴임 후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노무현 저(著) 정치학개론'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왜 그가 참평포럼의 4시간 연설 후반부에 민주주의론을 설파했는지 그제야 연결이 됐다.

(나는 왜 노무현 대통령을 8시간 만났나?) [오연호 리포트 : 인물연구 노무현①] 분노와 승부의 뿌리를 찾아서)

나는 이 정치학 교과서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장에서는 시민주권론이 전개됩니다. 그 시민주권론은 깨어있는 한명 한명의 시민들이 대통령,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인의 수준에서 사고하며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각성하여 참여와 책임의 의식을 가진 시민들은, 정당운동을 거쳐 생각을 모으고 가다듬는 방법을 배우고, 정론 운동을 통해 언론을 개혁하여 생각을 나누고, 전하고, 남을 설득하는 방법을 배운 뒤, 분권과 지방자치운동을 통하여, 그 생각들을 현실 속에서 구현해 나간다는 것이 그 골자입니다. 책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아느냐. 그건 바로 이것이 내가 속한 노무현 학파의 민주주의론이기 때문이지요.

대통령은 말했다.
"정치권력은 하나의 권력일 뿐이지요. 진정한 의미의 권력은 시민사회에서 나옵니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권력에서는 퇴임하고 있지만 진정한 권력 속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대통령을 퇴임하는 나는 권력으로부터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권력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입니다. 시민사회 속으로."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오는 당신 - 나에겐 당신이 버트런드 러셀이 말한 '자기 자신과 친구들 또는 세계에 유익한 삶을 사는 사람'의 모범이 되어주었다는 말을 전하며…
자기 자신과 친구들 또는 세계에 유익한 삶을 사는 이들은 희망에 의해 영감을 받으며 기쁨으로 살아간다. 그들은 가능한 사태를 상상해 보며 그것이 어떻게 실현될지를 생각한다. 사적인 관계에서도 그들은 자신들이 받았던 애정과 존경을 잃지 않기 위해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유롭게 애정과 존경을 줄 수 있으며, 굳이 구하지 않아도 그 대가는 그들에게 저절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일을 할 때도 그들은 경쟁자들의 질투에 휘말리지 않으며, 실제로 해야 할 실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정치적인 면에서, 그들은 그들 계급이나 국가의 부당한 특권을 옹호하는 데 시간과 정열을 낭비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세계 전체를 더 행복하고 덜 잔인하게 하며, 경쟁적 탐욕의 갈등이 줄어들게 하고, 억압에 의해 인간의 발전이 저해되거나 움츠러들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헌법 아래 있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시민사회에서 만납시다. 진정한 권력 속으로 돌아오는 당신을 환영합니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1&uid=52259



끝으로 한용운님의 님의침묵으로 갈무리를 대신합니다.

님의 침묵(沈默)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바.보.노.무.현.

계란으로 바위를 치기라고 그렇게 말려도, 무식하게 타협없이 나대던 바.보.노.무.현.

진흙탕에 들어갈 때 너무 깨끗하면, 다른사람이 무안하다고 그렇게 말려도,
뚜벅 뚜벅 무시하고 들어가버린 바.보.노.무.현.

믿었던 친구들 줄줄이 잡혀들어가는것 보며, 도움되지 못해 쩔쩔매는 바.보.노.무.현.

당신은 온통 바보같은 짓만 하며 살았는데...
오늘은 나 자신을 정말 부끄럽게 하네요...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정말 당신으로 인해 많은 바.보.들이 대한민국에 삐죽삐죽 피어나오길....

많이 화나지만, 많이 슬프지만,
바.보.로 사는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힘을 내보는 저녁입니다.

평안하세요...
보고싶을 거예요.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